HL5KY & HL5BTF Amateur Radio

2022년 6월 22일 작성

 

몇일전에 DS5GJS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창원에서 D722LP/QRP란 특별한 호출부호로 QRP국을 운용중이며 생각보다 신호도 좋다고 한다. 어디서 구했는지 운용중인 동영상도 보내주었다. 야산에 있는 작은 정자에서 무선국을 운용중인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한 멋진 동영상이었다. 영상의 설명을 보니 운용하는 분은 DS5DPB님이며, 6K5ANI님이 함께 도움을 드렸다고 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DS5DPB님의 키잉 방법이었다. 수동키를 사용하였는데, 엄지로 손잡이의 하부를 감싸지 않고 검지와 중지로 손잡이의 상부만 누르듯이 타전을 하였다. 마치 음악에 맞춰서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상당히 깨끗한 부호로 타전을 하였다. 나와는 약 한 달전에 처음으로 전신 교신을 하였는데 그 때도 차분하면서 정확하게 타전하였다. (교신을 할 때 녹음을 하였는데 아래에 그 날의 교신 일부를 첨부함)

 

 

운용장소가 궁금하여, KARL 홈페이지의 안내를 보니 마산의 구봉산이라고 하며 지도에 잘 나오지 않는 야산이라고 하였다. 인터넷 지도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지만 구봉산을 등산한 분들의 블로그 등을 참고하고 인터넷 지도와 비교하여 정자가 있는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지난번 교신에서 거의 매일 산에 올라서 QRP국을 운용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참 부지런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특이하게 키잉을 하시는 DS5DPB님을 한 번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을 하여 방문하는 것보다 깜짝 방문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가서, 마치 HAM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무얼 하고 계시냐?' '나도 군대에서 키를 만져봤는데 한번 만져봐도 되겠는가?' 그러다가 나의 호출부호를 두드리면 얼마나 놀라실까... 하는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DS5GJS님에게 전화를 하니 아주 재미있겠다고 하면서 함께 동행하자고 하였다. 수일내로 비가 올지 모르니 내일 당장 실행하기로 하였다.

DS5GJS님은 경주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버스와 열차로 부산에 와서 함께 승용차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재미있는 계획에 GJS님의 마음이 얼마나 설레였던지 밤잠을 설치고, 새벽4시부터 준비하여 출발했다고 한다. 여러번 교통편을 바꾸어야 했기에 7시30분쯤에야 부전역에서 만나 출발할 수 있었다. 산 아래에 도착하기까지 오늘의 작전계획을 세우면서 우리는 벌써 마음이 부풀기 시작하였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한 햇빛과 함께 숨이 막히는 더위가 느껴진다. 현대아파트 뒤의 등산로를 따라 산 길로 접어드니 그늘이 있어서 제법 시원하다. 얼마후 계단이 있는 길과 함께 경사길이 계속 이어지고 점점 오른쪽으로 꺾이기 시작한다. 지도에서 본 등산로와 같은 방향이라 계속 올라가니 갈림길을 지나 곧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잘 갖추어진 체육시설이 있고 그 옆에 정자가 보인다.

우리는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면서 정자의 상황을 살폈다. 정자에는 누워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있지만 무선국을 운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운용을 시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동영상에서 본 정자와 바로 앞의 정자가 같은 것인지 비교하려 하자, GJS님 말씀이, 동영상은 마산대학교에서 운용할 때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아뿔싸... 우리는... 아니, 나는 엉뚱한 위치를 목표로 잡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잠시 맨붕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작전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일단 GJS님이 DPB님께 전화를 걸었다. 지도를 보고 있는데, 운용 위치가 정상의 체육시설이 아닌지 물었더니, 체육시설쪽은 사람들이 많아서 다른 곳에서 운용한다는 것이다. 코오롱아파트쪽의 산 위라고 하면서 혹시 가까이 왔느냐고 묻는다. 아이고 참 촉도 좋으시지... 아니라고 말하면서 곧 전신으로 호출하겠다고 얘기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미리 파악한 등산로를 참고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서 코오롱아파트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중간 중간 GPS로 현재 위치를 확인하니 제대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법 등산로를 내려왔는데도 별로 높은 위치가 보이지 않는다. 등산객에게 혹시 무선통신을 하는 분을 보았는지 또는 그럴만한 위치가 있는지를 알아보았지만 도무지 비슷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다.

날씨는 덥고 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우리는 결국 작전을 변경하여 구조(?) 요청을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작전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GJS님만 혼자 오신 것으로 하고, 나는 뒤늦게 나타나서 나머지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 때 사용할 멘트도 좀 더 철저히 준비하였다. '아저씨 이걸로 어디까지 통화가 됩니까?' '멀리 통화하려면 주파수도 세야 되죠?' 그럴싸하지 않은가?

DPB님과 통화를 하니, 반가움과 함께 더운 날씨에 오르내리느라 힘들까봐 걱정을 한다. 정상 부근의 갈림길을 알려주면서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다시 10분 이상을 걸어 올라 갈림길에 가까이 가니 위 쪽에서 기다리는 DPB님이 보인다. 우리 두 사람은 거리를 띄우고 걸었으므로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두 분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십년지기가 오랜만에 상봉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게다가 더운 날씨에 포옹까지 한다.

두 분과 거리를 두고 천천히 뒤따라 가는데 점점 사람들이 많지 않은 숲으로 들어간다. 좀 더 거리를 띄워야 했고, 방향을 바꾸는 위치에서는 나무 뒤로 숨어서 몸을 숨기기까지 하였다. 마치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 오르막을 오르자 벤치가 있는 곳에서 멈추는 것이 보인다. 약 100m쯤 떨어진 곳에서 뜸을 들이다가 마스크를 쓰고 천천히 걸어갔다. 손바닥보다 작은 QRP 무전기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옆에 서서 듣다가 궁금한 것처럼 물었다.

'이거는 뭐 하는거죠?'
'아, 이 분, 아까 길을 알려준 분이네요. 이거는 무선통신하는 겁니다.'

GJS님이 거들면서 대답을 한다.

잠시 숨을 돌리는 것처럼 하기 위해서 물을 꺼내고 마스크를 벗었다. 그 순간,

'어, 혹시 KY님 아닙니까? GJS님, 이 분 KY님 맞죠?'
'글~쎄~요, 잘~모~르~겠~는~데~요.'

나도 반문을 하였다.

'K 뭐라고 하셨죠?'
'...... 아닌가'

휴~~~, 안심을 하고 다음 멘트를 하려는 순간,

'그런데, 너무 닮았는데요. 이렇게 닮은 사람이 있나...'
'......'
'......'
'푸하하, 작전 실패'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실토하고 말았다. 서로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하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다니... 하지만 우리의 만남은 참 반갑고 유쾌하였다. 그때부터는 서로간에 인사도 필요없이 얘기를 이어나갔다.

모두 전신교신을 하기 때문에 QRP 무전기에 관심이 갔다. 전신 전용의 출력 5W 무전기로 가벼우면서 담배갑보다 작고 앙증맞았다. 2A 정도의 밧데리로 서너시간씩 교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신음도 아주 맑고 좋았다. 수동키는 국내에서 구입한 저렴한 제품인데 편안하게 타전이 되었다. GJS님은 지금까지 사용한 어떤 키보다도 본인에게 잘 맞다고 하면서 주머니에 넣는 시늉까지 한다. 특이하게 키잉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여쭈어보니, 군에서 전신을 배웠는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다가 수년전부터 전신을 하게 되면서, 키잉방법이 변하여 현재와 같이 되었다고 한다. 직접 키잉하는 모습을 보니 손목에 전혀 힘을 주지 않고 손가락 끝으로 타전하였는데 정말 특이하였다.

 

 

나무 사이에 걸친 와이어 안테나는 한쪽 높이가 약 7M 정도로 상당히 높게 설치되어 있었다. 설치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니 역시 오랫동안 야외운용을 하신 경험이 녹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낮시간이라 신호가 많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GJS님이 CQ를 내어서 두 어국 더 교신이 이루어졌다. 기념으로 플랭카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다음 전신위원장이신 6K2ECY님에게 보내니, 곧 연맹 홈페이지에 사진이 올라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DPB님 혼자서 빠르게 장비와 안테나를 정리하고 늦은 점심식사를 위하여 하산하였다. 맛있는 점심식사와 함께 커피까지 대접받으면서 HAM들의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작전은 실패하였지만 시큼한 땀냄새마저 달콤한 만남이었다. 아마추어 무선인으로서의 동질감과 함께 정말 좋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기쁨을 주었다. DS5DPB님, 오늘 만나 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재미있는 취미 생활과 함께 건강도 챙기는 야외 QRP 운용을 응원합니다. 다음에 팔룡산 돌탑에서 운용하실때 다시 깜짝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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